여러가지 마음이 들어서 글 적어봐요.
신세한탄이 될 지도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마음 털어놓을 곳이 필요해서요.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실래요?
임신 초기부터 출산 때까지 조산기와 유산기로 절대 안정을 취해야했어요.
정말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편과
저를 막내딸로 여겨주시는 시댁 덕분에
명절을 포함한 열달내내 고생할 일 없이 지냈고,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어요.
감사한 일이죠.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게 무슨 뜻인지 실감하며
매일, 열심히 육아하고 있어요.
여전히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게 보이니 뿌듯해요.
하루 하루 아이 사진을 찍고 보며 행복해요.
하지만 내가 사라진 앨범을 보면서 슬프기도 해요.
사회생활하며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것들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게, 암울하기도 해요.
엄마의 입장이 되고나니 엄마가 더 보고싶네요.
잘 꾸며진 술집에서 시원하게 생맥주를 마시고 싶어요.
뜨거운 돌판 앞에서 양대창도 먹고 싶고,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릴 정도로 오늘만 살 것처럼 소주도 마시고 싶어요.
예쁜 옷 입고 나가서 옷구경, 사람구경 하고 싶어요.
아기 걱정 없이 늦잠도 자고 싶고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당장 해주려고 할 거에요.
당장 못 하는 것들은 꼭 하자고, 다른 방법으로라도 다독여줄거에요.
그리고 이 모든 게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우울감이 아니라
지난 시간의 제 모습과 비교해서 생기는 우울감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욕심쟁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