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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 탄성을 멈추기도 전에 환우는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랐다.
"하하하 소형제, 무공을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 황산 천도봉 천부로 찾아오게!"
"아 알겠습니다."
소은 꿈을 꾸듯 영롱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환우는 이미 하나의 점으로 변해 있었다.
소은 빙그레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하하 이 남궁천이 기연을 만났구나!"
그는 집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소, 환우를 감탄케 한 이 소의 이름은 남궁천(南宮天)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환우와 남궁천의 기이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언젠나 시작되는 중원무림(中原武林)의 이야기가.
악양의 제일 번화한 거리, 불야성(不夜城)을 이루는 가운데 수많은 인파들이 오가고 있었다.
인파의 한가운데를 헤치며 걷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화려한 화복(華服)을 걸친 육십대의 노인이었다.
세모꼴의 두 눈은 쉴새없이 구르고 있었다. 한데, 그 노인의 손이 거침없이 여러 사람의 품속을 부지런히 오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 때마다 노인의 얼굴은 실망으로 물들었다.
'빌어먹을! 모두들 겉만 번지르했지, 품속에 금 한 냥도 가지고 다니는 들이 없으니…….'
그 역시 도둑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노인은 실망하지 않고 쉴새없이 눈알을 굴렸다.
'미서생 남궁천이란 이 어디로 증발했지? 눈에 띄기만 하면… 흐흐, 모조리 노부 신안신수자(神眼神手子)의 것일 텐데……!'
무림인들이 그의 명호를 들었다면 단번에 때려죽이려 했을 것이다.
신안신수자(神眼神手子) 손백(孫拍)은 괴상망측한 소매치기였다. 그는 큰 물건이고 작은 것이고 가리지를 않는다.
특히 여자의 속옷을 훔치는 묘한 버릇이 있어, 제법 이름이 알려진 무림인들의 부인이나 딸들은 거의 모두 그에게 속 옷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설산신니(雪山神尼)의 여제자 설산성녀(雪山聖女)의 젖가리개를 훔쳤다가 무림의 공적으로 몰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솜씨만은 비행투신을 능가한다는 정도였다.
두리번거리던 그의 세모꼴 눈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
"저… 저것은……?"
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한 청이 삼 장여 떨어진 곳에서 걷고 있는데, 흔들리는 소매 사이로 간간이 청광이 번뜩이는 팔찌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자청용봉쌍환……!'
그는 입을 쩍 벌리면서도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청의 손목을 주시하는 눈길은 없었다.
신안신수자는 흡족한 미소를 띄웠다.
'흐흐… 하늘이 아예 호박을 덩굴째 주시는구나!'
그는 즉시 얼마 후 천하에 군림할 자신을 생각하며 청의 뒤를 쫓았다.
'한데, 정말 대단한 이군! 천하가 을 찾으려 혈안인데… 버젓이 악양의 대로를 활보하니……!'
그는 요리조리 인파를 헤치고 청의 뒤를 쫓았다.
'흐흐… 저 의 옆을 스치는 순간……!'
그의 몸놀림은 실로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銀魚)와 같았지만, 청과의 삼 장여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신안신수자는 흠칫했다.
'저 이… 아니,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축지성촌(縮地成寸)의 경공이 아닌가!'
자신의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보다 빠른 경공인 것이다.
'과연 절정고수였구나. 그렇다면……?'
휘이익－!
그가 갑자기 빛이 되어 폭사되는 순간, 청은 막 어느 모퉁이를 돌아서고 있었다.
'저 이 사라지면 큰일이다!'
그가 막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뿔싸! 놓쳤구나. 이 내가 뒤를 쫓는다는 것을 눈치챘나? 그럴 리는 없을 텐데!'
그가 잠시 곤혹의 표정을 떠올릴 때였다.
휘이익－!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솥뚜껑만한 손이 그의 목덜미를 향해 뻗쳐 왔다.
신안신수자는 암습을 깨닫고 대경실색했다.
"누… 누구냐?"
앞으로 퉁겨 나가려는 순간, 그의 뒷덜미는 이미 붙잡히고 말았다.
"훅……!"
그는 자신이 달랑 들어올려짐을 깨달았다.
"어떤 이 감히 노부를……?"
고개를 들어 자신을 들어올린 상대를 본 순간, 그는 자지러지고 말았다.
"으… 이것은……!"
거대한 흑탑(黑塔), 아니 거대한 숯덩이를 연상케 하는 흑면(黑面)이 허연 이빨을 드러내 놓은 채 웃고 있었다.
"흐흐… 늙은이, 잠시 어디론가 같이 가 줘야겠다."
그는 흑면금강(黑面金剛)이었다.
신안신수자는 허공에 띄워진 발을 구르며 고함을 쳤다.
"사… 사람 살려! 괴물이 사람을… 윽……!"
흑면금강은 그의 아혈(啞穴)을 잡고는 씨익 웃으며 커다란 마대자루를 꺼냈다.
'혹시, 이 이 저 속에 나를……?'
과연 틀림없었다. 흑면금강은 그를 거꾸로 마대자루에 처박고는 어깨에 둘러메었다.
휘휙휙－!
그는 휘파람을 불며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어둠 속에서 그 청이 나타났다.
청은 남궁천이었다. 그는 빙긋 웃었다.
"이제 두 도둑이 걸려들었군. 후후, 이제 여덟 명만 잡아들이면 된다."
그는 모두 열 명의 도둑을 잡아들일 계획이었다.
당금강호에는 가장 절묘한 십대투도(十大偸盜)가 있었다.
비행투신(飛行偸神),
그의 여제자 홍야화(紅夜花),
무영비천도(無影飛天盜),
신안신수자(神眼神手子),
공공묘수(空空妙手),
지행괴도(地行怪盜)와 그의 세 제자 지행삼도(地行三盜),
절정신수도(絶頂神手道),
구유영귀녀(九幽靈鬼女),
신판자(神販子).
이 중 도둑의 조종(祖宗)은 역시 비행투신이고, 제일 신비한 도둑은 신판자(神販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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