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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 아니,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축지성촌(縮地成寸)의 경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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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비명이 터지고 사당이 통째로 휘말리며 수십여 그루의 나무들이 밑동째 바람에 휘말려 버렸다.
"우리의 조… 조직에 대해서……."
"어딜 가느냐?"
"네의 인생이 불쌍해, 본 공자는 너를 살려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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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다당－ 꽈르르－!
"그 에겐 십리향이 붙어 있을 것이다. 꼭 찾아 내 후환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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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마… 말하겠……."
그는 신검합일(身劍合一)이 되어 허공으로 솟구쳤다.
자신의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보다 빠른 경공인 것이다.
한 청이 삼 장여 떨어진 곳에서 걷고 있는데, 흔들리는 소매 사이로 간간이 청광이 번뜩이는 팔찌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제야 알았느냐?"
그는 땅 속에서도 살기가 뻗침을 느끼자, 벼락같이 청의 면상을 가격하면서 비수를 빼앗았다. 공격을 받으려는 찰나, 먼저 비수를 땅 위에 꽂았다.
중인들이 치를 떨 때, 한 중인이 중인들 틈에서 다급히 시선을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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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솜씨만은 비행투신을 능가한다는 정도였다.

다음 순간, 청은 소맷자락 속에 감추어 둔 비수로 남궁천의 명문혈(命門穴)을 찔렀다. 소리 없는 암습이었다.
검마 공유덕의 시신은 흔적도 찾을 길이 없었다. 간간이 조각조각난 살점과 뼛조각들이 보일 뿐이었다.
노인은 화려한 화복(華服)을 걸친 육십대의 노인이었다.
'생각보다 들의 세력이 넓고, 뿌리가 깊은 모양이구나!'
그가 사라지고 나자, 어둠 속에서 그 청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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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네이 도중검선(道中劍仙) 무허자(無虛子)의 허허십팔해까지 익혔을 줄이야!"
남궁천은 검강이 이르도록 있다가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런 무서운 고수인 그가 칠십 만에 사대신비세력 중의 하나인 천혈의 호남영주가 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후후훗… 역시 그것이 이유였느냐?"
"죽어랏!"
남궁천은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 것이었다.
비행투신(飛行偸神),
흑의노인이 다시 대로로 나오려는 순간, 그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무심한 음성이 있었다.
"너는 무엇을 말해 주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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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육호가 당했다!"
천혈사자들은 사당으로 되돌아오고서야 속은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두 눈은 급격히 공포로 물들어 갔다.

남궁천은 천혈이호의 맥문에 공력을 흘려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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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 남궁천이 기연을 만났구나!"
그는 허리 어림에서 극히 얇은 연검을 뽑아 들었다.
수뇌인 듯한 복면인이 코를 벌름거리며 싸늘한 냉소를 터뜨렸다.
그는 휘파람을 불며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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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이 저 속에 나를……?'
신안신수자는 암습을 깨닫고 대경실색했다.
냉혹한 인상의 이십대 청이 재빠르게 남궁천의 등 뒤로 접근했다.
"크… 으윽……!"
악양 근교.
그 역시 도둑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노인은 실망하지 않고 쉴새없이 눈알을 굴렸다.
'의외로 빨리 오는군.'
"호남천혈영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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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놓쳤구나. 이 내가 뒤를 쫓는다는 것을 눈치챘나?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슈우욱－!
'과연 절정고수였구나. 그렇다면……?'
물건을 훔치러 갈 날짜와 시각까지 정확히 통보해 준 후, 투도를 행하는 멋있는 도둑이었던 것이다.
"닥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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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이호의 입에서 폐부가 절단되는 듯한 참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발 밑……!"
현장에는 부서진 비수 자루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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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를 맞추어 한 줄기 인영이 장내에 나타났다. 호남천혈영주였다.
"크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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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이호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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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영전광신법(鬼影電光身法)은 시간과 거리를 무색케 하는 경공이었다.
"어떤 이 감히 노부를……?"
"그들이 천혈 외에 나머지 세력들을 찾아 낼 수 있을까요?"
'흐흐… 저 의 옆을 스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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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틀림없었다. 흑면금강은 그를 거꾸로 마대자루에 처박고는 어깨에 둘러메었다.
공공묘수(空空妙手),
잠시 후 시야를 가렸던 흙먼지가 가라앉고 주위의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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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천은 천혈이호의 완맥을 붙잡고 있었다.
그는 상황을 깨닫고는 무섭게 이빨을 갈아붙였다.
뒤에 숨어 있던 남궁천이 양 손으로 천혈사자의 머리를 비틀자, 천혈사자의 목이 완전히 반대로 꺾어졌다.
남궁천은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으음……."
남궁천은 악양에서 제일 큰 객점(客店)인 대성객점으로 걸어갔다. 인파에 파묻혀 가는 남궁천의 검미가 꿈틀했다.
특히 여자의 속옷을 훔치는 묘한 버릇이 있어, 제법 이름이 알려진 무림인들의 부인이나 딸들은 거의 모두 그에게 속 옷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었다.
"흐흐… 늙은이, 잠시 어디론가 같이 가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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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때마다 노인의 얼굴은 실망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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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이호의 경락이 하나씩 끊어져 갔다.
청은 대경실색했다.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신법이었다.
"나를 찾느냐?"
그는 무서운 시선으로 남궁천을 노려보았다.
그의 몸놀림은 실로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銀魚)와 같았지만, 청과의 삼 장여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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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신화(神話)는 열 번 남짓. 그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점찍은 물건을 반드시 정확한 시각에 훔쳐 갔다.
그는 세 방향에서 자신을 향해 살기가 발출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들은 천혈이호가 쓰러지면서 뿌린 십리향의 흔적을 따라 몸을 날렸다.
소은 꿈을 꾸듯 영롱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남궁천은 중인의 허리춤을 재빨리 뒤지더니, 소리 없이 뒤로 물러나며 고함을 질렀다.
"검마 같은 고수가 천혈의 일개 영주라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남궁천이 공력을 높임에 따라 천혈이호의 몸 속에선 계속해서 맥이 끊어져 갔다.
"공연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만든 꼴이 됐군. 그 에게 우리의 정체만 노출되었으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검마 공유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에 눈빛이 굳어졌다.
무심한 음성이 바늘끝같이 예리하게 중인의 고막을 찔렀다. 중인은 자지러졌다.
천혈영주의 정체를 알아챈 남궁천은 대경실색했다.
검이 부딪치면서 새파란 불똥이 튀었다.
천혈영주는 연검을 질풍같이 난무하며 남궁천에게 부딪쳐 갔다.
복면 속의 두 눈이 금세 공포에 물들었다.
그렇다. 지금 악양은 천하의 도둑들이 모조리 몰려와 있었다.
고개를 들어 자신을 들어올린 상대를 본 순간, 그는 자지러지고 말았다.
"네이 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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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막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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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절마검강(七絶魔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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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어리석은 나에게 희롱당한 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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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 나를 욕할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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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부리코에 음침한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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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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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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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살기는 바로 등 뒤 한 치 앞까지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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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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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의 상황을 지켜 본 그들 역시 남궁천의 신위에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혈영주는 그 말에 노화가 일만 장이나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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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은 언제 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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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솥뚜껑만한 손이 그의 목덜미를 향해 뻗쳐 왔다.
"사… 살려… 으악……!"
'후후… 이 은 굳이 내가 죽이지 않아도 되지!'
그는 집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어둠 속에 굶주린 늑대마냥 웅크리듯 쓰러져 가는 사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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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의 본거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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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 탄성을 멈추기도 전에 환우는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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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공(大公)의 명대로 남궁천의 뒤를 쫓는 귀영자부터 처치합시다."
앞으로 퉁겨 나가려는 순간, 그의 뒷덜미는 이미 붙잡히고 말았다.
"후후후… 예견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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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즉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으… 이것은……!"
"크으으… 아악……!"
두려움 속에서 대답하는 것이니 거짓은 아닌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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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들이 그의 명호를 들었다면 단번에 때려죽이려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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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디로 갔지?'
무변의 검식에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힘, 풍(風)이 실려 나갔다.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가 지금이라도 우리를 죽이려 든다면?"
"크흐흐… 네이 잠황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것이 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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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천은 나직한 신음과 함께 두 걸음 밀려났다.
남궁천의 전신의 혈맥에서 기(氣)가 들끓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장심으로 몰려왔다. 처음으로 천지를 뒤엎을 수 있는 가장 가공할 힘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순간, 천혈이호의 입과 코에서 피가 분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차, 에게 속았다!"
청은 남궁천이었다. 그는 빙긋 웃었다.
남궁천의 놀라움 역시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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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 너에게 무엇을 물어 보더냐?"
그가 일부러 자신을 드러낸 것은 신비사대세력을 노출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자신이 달랑 들어올려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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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즉시 얼마 후 천하에 군림할 자신을 생각하며 청의 뒤를 쫓았다.
양 옆에서 가공할 검기가 쇄도했다. 남궁천은 두 동강이가 될 판이었다. 무서운 암습이었다.
두 개의 수급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잘려진 목줄기에서 피보라가 터지며 그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독이 발라진 비수가 번개같이 남궁천의 목줄기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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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십리향을 쫓아 사당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사라지자, 사당 제단 뒤에서 남궁천이 나타났다.
"영리하기 이를 데 없는 이다!"
갑자기 대로가 비명과 소란으로 뒤덮였다.
그들은 비명을 토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퉁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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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신수자는 허공에 띄워진 발을 구르며 고함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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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모두들 겉만 번지르했지, 품속에 금 한 냥도 가지고 다니는 들이 없으니…….'
검마 공유덕은 칠절어기마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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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환우를 감탄케 한 이 소의 이름은 남궁천(南宮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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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타 인물들과 전혀 달랐다. 특이한 것은 그는 물건을 훔치기 전, 꼭 상대방에게 먼저 통고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몸을 돌리려는 순간, 그는 옆구리로 차가운 비수가 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예리한 통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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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십팔해(虛虛十八解), 일해(一解) 다변(多變)!"
'흐흐… 하늘이 아예 호박을 덩굴째 주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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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습니다. 천혈사자(天血使者) 세 명의 시체가 대로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살인이다!"
남궁천이 수라검을 한 차례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