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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퉁겨 나가려는 순간, 그의 뒷덜미는 이미 붙잡히고 말았다.
"흐흐… 그런 것을 대답할 줄 알고 물어 보느냐? 어리석은 !"
그는 허리 어림에서 극히 얇은 연검을 뽑아 들었다.
남궁천은 나직한 신음과 함께 두 걸음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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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것은……?"
남궁천은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흑면금강은 그의 아혈(啞穴)을 잡고는 씨익 웃으며 커다란 마대자루를 꺼냈다.
천혈사자들은 사당으로 되돌아오고서야 속은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이 두려움을 느끼며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차가운 음성이 등 뒤에서 들려 왔다.
신안신수자(神眼神手子) 손백(孫拍)은 괴상망측한 소매치기였다. 그는 큰 물건이고 작은 것이고 가리지를 않는다.
노인은 화려한 화복(華服)을 걸친 육십대의 노인이었다.
자신의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보다 빠른 경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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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령마선 등천민이 보낸 귀영자(鬼影子)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내노라 하는 절정고수들은 천마환과 자청용봉쌍환에 눈독을 들이고 속속들이 악양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환우와 남궁천의 기이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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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이것은……!"
그렇다. 지금 악양은 천하의 도둑들이 모조리 몰려와 있었다.
독이 발라진 비수가 번개같이 남궁천의 목줄기를 노렸다.
차차창－!
"우선 홍야화(紅夜花)부터 잡아들여야겠지. 후후, 그 물귀신 같은 계집애를 또 만나게 되리라고는……."
남궁천은 담담히 말하며 우수를 쭉 내뻗었다. 평범한 횡소천군(橫掃千軍) 수법이었다.
두리번거리던 그의 세모꼴 눈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
검마 공유덕의 시신은 흔적도 찾을 길이 없었다. 간간이 조각조각난 살점과 뼛조각들이 보일 뿐이었다.
일양도제는 가슴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가람신군 강필기 역시 고개를 서너 차례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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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이 거대한 돌개바람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느낌뿐이었다.
악양의 제일 번화한 거리, 불야성(不夜城)을 이루는 가운데 수많은 인파들이 오가고 있었다.
남궁천은 천혈이호의 맥문에 공력을 흘려넣었다.
이십대 청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어느 새 남궁천이 옆에서 나타나 그의 양 손목을 부러뜨린 것이다.
'흐흐… 하늘이 아예 호박을 덩굴째 주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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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즉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그도 풍(風)의 위력이 이처럼 드셀 줄은 상상도 못했다.
"호남천혈영주라?"
"그 이 너에게 무엇을 물어 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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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저도 모… 모릅니다……."
그러나 비수는 남궁천의 손에 부딪치자 가루가 되었고… 계속 뻗어 나간 오른손이 흑의노인의 어깨를 갈기자, 그의 왼쪽 어깨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천혈영주는 그 말에 노화가 일만 장이나 솟구쳤다.
그러나 그 때마다 노인의 얼굴은 실망으로 물들었다.
매부리코에 음침한 인상이었다.
"칠절어기마강(七絶馭氣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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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영주의 정체를 알아챈 남궁천은 대경실색했다.
"네은 날 어떻게 할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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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다섯 명의 흑의복면인들이 사당 안으로 들어섰다.
꽈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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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리려는 순간, 그는 옆구리로 차가운 비수가 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예리한 통증을 느꼈다.
"쥐새끼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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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어리석은 나에게 희롱당한 네은?"
'혹시, 이 이 저 속에 나를……?'
그들을 보는 순간, 천혈이호의 절망으로 뒤덮인 눈에 희색이 감돌았다.
"뒈져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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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부딪치면서 새파란 불똥이 튀었다.
그는 자신이 달랑 들어올려짐을 깨달았다.
남궁천은 그들이 자신의 뒤를 쫓아오리라는 것을 이미 계산에 넣고 있었다.
차아앙－!
그가 일부러 자신을 드러낸 것은 신비사대세력을 노출시키기 위함이었다.
천혈영주는 연검을 질풍같이 난무하며 남궁천에게 부딪쳐 갔다.
"음, 내가 잠시 이성을 잃었구나!"
'의외로 빨리 오는군.'
"흐흐… 깨끗이 당한 모양이구나."
"모… 모른다. 크으윽……!"
얼마 전에는 설산신니(雪山神尼)의 여제자 설산성녀(雪山聖女)의 젖가리개를 훔쳤다가 무림의 공적으로 몰린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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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옆에서 가공할 검기가 쇄도했다. 남궁천은 두 동강이가 될 판이었다. 무서운 암습이었다.
남궁천의 전신의 혈맥에서 기(氣)가 들끓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장심으로 몰려왔다. 처음으로 천지를 뒤엎을 수 있는 가장 가공할 힘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천혈이호의 경락이 하나씩 끊어져 갔다.
'빌어먹을! 모두들 겉만 번지르했지, 품속에 금 한 냥도 가지고 다니는 들이 없으니…….'
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 저기 있다!"
"일이 실패했다고 응원을 청했느냐?"
"천혈의 본거지를……."
남궁천은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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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휘파람을 불며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물체는 하늘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찬란한 불꽃을 만들었다.
그런 무서운 고수인 그가 칠십 만에 사대신비세력 중의 하나인 천혈의 호남영주가 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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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이호가 영문을 몰라하는 사이, 남궁천은 사라지고 없었다.
번쩍－!
흑의노인의 반사행동은 기쾌하기 그지없었다.
남궁천은 그의 마혈(麻穴)을 짚으면서 옆구리에 꿰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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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행괴도(地行怪盜)와 그의 세 제자 지행삼도(地行三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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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라지고 나자, 어둠 속에서 그 청이 나타났다.
"크으으……!"
"나를 찾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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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 나를 욕할 수 있느냐?"
방금의 상황을 지켜 본 그들 역시 남궁천의 신위에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훅……!"
그렇다면 중원 십삼 개 성마다 각 영주(令主)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무변의 검식에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힘, 풍(風)이 실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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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신화(神話)는 열 번 남짓. 그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점찍은 물건을 반드시 정확한 시각에 훔쳐 갔다.
물건을 훔치러 갈 날짜와 시각까지 정확히 통보해 준 후, 투도를 행하는 멋있는 도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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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이호는 천혈영주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가 잠시 곤혹의 표정을 떠올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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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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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영자가 사라지고 다시 미끄러지듯 두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일양도제 공속혁무와 가람신군 강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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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사한 기운이 배인, 살기 어린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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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입을 쩍 벌리면서도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청의 손목을 주시하는 눈길은 없었다.
"크아아악… 마… 말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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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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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신수자는 흡족한 미소를 띄웠다.
"천혈육호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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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조… 조직에 대해서……."
"칠절마검강(七絶魔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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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은 천혈이호! 너희들의 조직에 대해 말을 하라!"
"도대체 단 칠 동안 저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런 능력을 지니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려?"
"크아아악……!"
"제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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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은 남궁천이었다. 그는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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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 남궁천이 기연을 만났구나!"
"모른다고? 후후, 좋아.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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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천은 그의 처절한 비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력을 조금씩 높여 갔다.
소은 꿈을 꾸듯 영롱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기합을 토하며 그는 검을 쭉 뻗으며 남궁천을 향해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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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이호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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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환우를 감탄케 한 이 소의 이름은 남궁천(南宮天)이었다.
그는 땅 속에서도 살기가 뻗침을 느끼자, 벼락같이 청의 면상을 가격하면서 비수를 빼앗았다. 공격을 받으려는 찰나, 먼저 비수를 땅 위에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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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말해 주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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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은 대경실색했다.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신법이었다.
'이 어디로 갔지?'
"그 은 언제 갔느냐?"
"하하하 소형제, 무공을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 황산 천도봉 천부로 찾아오게!"
남궁천은 쏟아 넣던 공력을 잠시 멈추었다.
복면 속의 두 눈이 금세 공포에 물들었다.
그는 두려운 눈으로 빙긋 웃고 있는 남궁천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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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천혈이호가 쓰러지면서 뿌린 십리향의 흔적을 따라 몸을 날렸다.
"……?"
"누… 누구냐?"
남궁천이 더 질문을 하려 할 때, 백여 장 밖을 가르는 인영들의 기척이 들려 왔다.
검이 바람을 베는 열여덟 번의 변화(變化)가 있었다.
복면을 한 수급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들의 시선은 죽어 자빠진 청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상황을 깨닫고는 무섭게 이빨을 갈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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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부서진 비수 자루만 남아 있었다.
'한데, 정말 대단한 이군! 천하가 을 찾으려 혈안인데… 버젓이 악양의 대로를 활보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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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劍魔)!"
그는 세 방향에서 자신을 향해 살기가 발출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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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남궁천 역시 대성객점 모퉁이를 도는데, 흑의노인은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를 하늘로 쏘아올리고 있었다.
소이 탄성을 멈추기도 전에 환우는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랐다.
"네이 미쳤구나!"
무심한 음성이 바늘끝같이 예리하게 중인의 고막을 찔렀다. 중인은 자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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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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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 으악……!"
신안신수자는 흠칫했다.
어둠 속에 굶주린 늑대마냥 웅크리듯 쓰러져 가는 사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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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혈영주가 괴소(怪笑)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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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풍이 그대로 천혈이호의 미간을 꿰뚫어 버렸다.
'아뿔싸! 놓쳤구나. 이 내가 뒤를 쫓는다는 것을 눈치챘나? 그럴 리는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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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는 이미 하나의 점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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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꼴의 두 눈은 쉴새없이 구르고 있었다. 한데, 그 노인의 손이 거침없이 여러 사람의 품속을 부지런히 오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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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나 시작되는 중원무림(中原武林)의 이야기가.
이 중 도둑의 조종(祖宗)은 역시 비행투신이고, 제일 신비한 도둑은 신판자(神販子)였다.
두 명이 다급히 소리를 지르며 사당 쪽으로 날아들었다.
"어떤 이 감히 노부를……?"
특히 여자의 속옷을 훔치는 묘한 버릇이 있어, 제법 이름이 알려진 무림인들의 부인이나 딸들은 거의 모두 그에게 속 옷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었다.
"방금 전……."
"크악!"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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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수 겨루지도 못하고 죽을지도 모르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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